북한은 세쌍둥이 공화국? - '흥할 징조'와 위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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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7-30 14:49 조회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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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조선중앙TV는 북한에서 처음 태어난 다섯쌍둥이가 평양산원에서 건강하게 퇴원했다는 소식을 떠들썩하게 보도했습니다. 산모는 지난 1월 다태아 임신부로 확진되자 바로 평양산원으로 후송됐고 출산 후 산모와 아이 모두 최근까지 입원치료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출산을 전후해 산모와 아이들의 상태가 매우 위급했으나 수십 명의 의료진이 조를 나누어 집중치료를 전개하고 갖가지 영양제를 공급한 뒤 상태가 안정됐고 건강을 회복했다고 합니다. ━ 아이들 이름은 '충성다하리'
다섯쌍둥이의 이름은 순서대로 손충정, 손성룡, 손다정, 손하룡, 손리정인데 가운데 글자를 합치면 '충성다하리'가 됩니다.
당성이 표출되거나 정치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이런 식의 작명법은 사실 이례적인 건 아닙니다.
북한에선 일단 세쌍둥이 이상의 다태아는 임신 단계에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출산 이후에도 언론에 대서특필됩니다. 당국의 특별관리 대상이 되는 겁니다.
그런 만큼 아이들의 이름에도 특별한 뜻이 담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쌍둥이 이름을 순서대로 강국, 성국, 대국으로 지어 글자를 조합하면 '강성대국'이 되도록 한 경우도 북한 매체 보도에 나온 적이 있습니다. 이름 가운데 글자를 합쳐 '총폭탄'이 되게 한 경우도 기억납니다.
모르긴 몰라도 별문제가 없다면 이 다섯쌍둥이는 앞으로 북한 매체에 종종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출산이나 육아 관련 각종 소개편집물에도 나올 수 있고 북한 사람들은 이들의 존재를 알고 이름을 기억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세쌍둥이의 특별한 혜택
세쌍둥이는 관심의 대상이 될 뿐 아니라 다양한 특혜도 누립니다. 다섯쌍둥이 산모의 경우처럼 다태아 임신이 확진되면 바로 평양산원으로 옮겨지는데, 일단 이 병원에 입원하는 것부터가 특혜로 인식됩니다.
1980년 개원한 평양산원은 세쌍둥이 출산을 전문 관리하는 과를 둔 종합병원으로 세쌍둥이 이상의 다태아는 태아 때부터 4kg이 넘을 때까지 이곳에서 특별 관리를 받게 됩니다.
그 밖에도 세쌍둥이는 은장도와 금반지 등의 선물을 받고 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생활비도 전액 지원받습니다. 산모에게도 갖가지 영양제가 지급되는 등 다양한 혜택이 부여됩니다. ━ "세쌍둥이는 나라가 흥할 징조"
북한의 세쌍둥이 우대는 다소 뜻밖의 이유에서 시작됐습니다. 과거 김일성 주석이 세쌍둥이가 태어났다는 보고를 받고 "나라가 흥할 징조"라고 했다는 말 때문입니다. 그 후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비슷한 얘기를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여전히 북한에서는 세쌍둥이 출생이 나라의 경사처럼 여겨집니다. 언론 매체에서는 매번 떠들썩하게 관련 내용을 보도하고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세쌍둥이들의 소식을 알게 됩니다.
━ 아이 많이 낳으면 '모성영웅'
최근에는 세쌍둥이뿐 아니라 다출산 여성에게도 큰 혜택을 준다고 합니다. 아이를 많이 낳은 여성에게 '모성영웅'이란 칭호를 부여하고, 다자녀 가구에 살림집 배정이나 식량 배급에서 우선권을 주는 등 다양한 출산장려책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저소득 국가는 출산율이 높을 거라는 통념과 달리 북한도 심각한 저출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1990년대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면서 기본적으로 인구가 줄었는데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변하면서 출산율이 급격히 저하됐습니다.
한 탈북민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여러 명의 자녀를 낳아 부족하게 키우는 것보다 한 명의 아이를 예쁘게 키우는 게 낫다"는 인식이 북한 사회 내부에 팽배해 있었다고 전합니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관념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겁니다.
사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은 산아제한 기조를 유지했습니다. "하나는 좋고 둘은 많다. 셋은 양심이 없고 넷은 미련하다"는 표어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인구가 줄고 노동력이 부족해지면서 출산정책의 기조가 확 바뀐 겁니다.
출산율 저하로 부족해지는 노동력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로 메우기도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는 또 출산율 저하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계속되는 출산율 저하의 흐름 속에 북한은 2023년, 11년 만에 어머니 대회를 개최해 어머니의 역할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직접 연설에 나서 어머니들과 힘을 합쳐 출생률 감소를 막고 어린이 보육을 잘해야 한다며 저출생 문제 해결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 북한의 저출생 위기감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북한의 합계출산율은 1.6명으로 추산됩니다. 우리나라보다는 높지만 현 인구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대체출산율 2.1명을 훨씬 밑돕니다.
지구상에 있는 많은 국가가 저출생 고령화로 고민하고 있는 만큼 뭐 그리 대수냐 싶기도 하겠지만 북한 상황은 일반적이진 않습니다. 북한이 저소득 국가이면서도 저출생 문제에 직면했기 때문입니다. 저소득 국가들의 평균 출산율은 4.47명으로 북한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낮습니다.
구조상 북한이 그나마 경쟁력 있는 부분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인 만큼 노동에 대한 수요가 큰데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다는 건 북한에게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분석이 잇따릅니다. 다산에 대한 각종 특혜와 독려 역시 북한이 느끼는 위기감의 방증입니다.
《뉴스인사이트팀 김필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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